"은퇴 자금은 충분히 모았는데, 이제 어떻게 꺼내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401(k)부터 쓸까요, 아니면 일반 계좌부터 쓸까요?"
지난주 상담했던 이선생님의 질문입니다. 30년간 열심히 모은 은퇴 자금이 1,200,000달러나 있지만, 인출 순서를 잘못 정하면 불필요하게 수십만 달러의 세금을 낼 수 있습니다. 은퇴 자금을 모으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현명하게 인출하는 전략입니다.
많은 한인 은퇴자들이 "아껴 쓰면 되지"라고 생각하지만, 세금 계획 없이 무작정
인출하면 손해를 봅니다. 오늘은 세금을 최소화하면서 은퇴 자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전략을 알아보겠습니다.
세 가지 계좌 유형과 세금 특성
은퇴 자금은 크게 세 가지 유형의 계좌에 있습니다. 각각 세금 처리가 완전히 다르므로 이해가 필수입니다.
1. 세금 유예 계좌 (Tax-Deferred Accounts)
Traditional 401(k), Traditional IRA, 403(b), 457(b) 등이 여기 속합니다. 넣을 때는 세금 공제를 받았지만, 인출할 때 일반 소득세를 냅니다.
예를 들어, Traditional IRA에서 50,000달러를 인출하면 50,000달러 전액이 과세
소득에 추가됩니다. 22% 세율 구간이라면 11,000달러를 세금으로 내고 39,000달러만
손에 쥡니다.
2. 세금 면제 계좌 (Tax-Free Accounts)
Roth IRA, Roth 401(k)가 여기 속합니다. 넣을 때 세금을 이미 냈으므로, 59.5세 이후 인출 시 원금과 수익 모두 세금이 없습니다.
50,000달러를 인출하면 50,000달러 전액이 본인 것입니다. 소득세도, 자본이득세도
없습니다. 이것이 Roth 계좌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3. 과세 대상 계좌 (Taxable Accounts)
일반 증권 계좌(brokerage account), 저축 계좌, Certificate of Deposit(CD, 정기예금) 등입니다. 이자나 배당금에는 매년 세금을 내지만, 원금 인출 시에는 세금이 없습니다.
주식을 팔아 50,000달러를 인출한다면, 매수 가격과의 차익에만 자본이득세를
냅니다. 1년 이상 보유했다면 장기 자본이득세율(0%, 15%, 또는 20%)이 적용되어
일반 소득세율보다 낮습니다.
기본 인출 순서 전략
일반적으로 추천되는 인출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과세 대상 계좌 (은퇴 초기) 은퇴 초기에는 일반 증권
계좌부터 사용합니다. Required Minimum Distribution(RMD, 최소 인출 의무)이
없고, 장기 자본이득세율이 낮으며, 소셜 시큐리티나 다른 소득이 적을 때
유리합니다.
2단계: 세금 유예 계좌 (중기) 과세 대상 계좌가 바닥나거나,
세율이 여전히 낮은 구간에 있을 때 Traditional IRA나 401(k)를 인출합니다. 특히
소셜 시큐리티를 받기 시작하기 전이 좋습니다.
3단계: 세금 면제 계좌 (후기 또는 비상시) Roth IRA는 가능한 한
마지막까지 남겨둡니다. RMD가 없고 세금 없이 성장하므로, 장수 위험에 대비한
보험이자 상속 자산으로 최적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일반 원칙일 뿐입니다. 실제로는 상황에 따라 여러 계좌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RMD 이해하기: 75세의 벽
2024년부터 RMD 시작 연령이 73세에서 75세로 상향되었습니다(2033년부터).
Traditional IRA, 401(k) 등 세금 유예 계좌는 이 나이가 되면 반드시 일정 금액을
인출해야 하며, 하지 않으면 인출하지 않은 금액의 25% 벌금을 냅니다.
RMD 계산 방법
전년도 12월 31일 계좌 잔액을 IRS
기대 수명표로 나눕니다. 예를 들어, 75세에 Traditional IRA 잔액이
500,000달러라면 기대 수명 계수가 약 24.6이므로, 500,000 ÷ 24.6 = 20,325달러를
최소한 인출해야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계수가 작아져서 인출해야 하는 비율이 높아집니다. 80세에는 약 5%,
85세에는 약 7%를 인출해야 합니다.
RMD의 세금 함정
RMD는 모두 과세 소득입니다. 만약 소셜
시큐리티, 연금, 부동산 임대 소득 등 다른 소득이 많은 상태에서 큰 RMD를
인출하면 높은 세율 구간으로 밀려날 수 있습니다.
더 나쁜 것은 소셜 시큐리티의 과세 비율도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총소득(AGI)이 증가하면 소셜 시큐리티의 85%까지 과세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세금 효율적인 고급 전략들
전략 1: Roth Conversion (로스 전환)
은퇴 초기에 소득이 낮을 때, Traditional IRA의 일부를 Roth IRA로 전환합니다. 전환 금액에 대해 당장 세금을 내야 하지만, 이후 성장분은 모두 비과세가 되고 RMD도 피할 수 있습니다.
특히 62-70세 사이, 소셜 시큐리티를 받기 전이 황금기입니다. 예를 들어, 일반 소득이 적어서 12% 세율 구간에 있다면, Traditional IRA에서 매년 적정 금액을 Roth로 전환하면서 12% 세금만 냅니다. 나중에 RMD로 인해 22-24% 세금을 내는 것보다 훨씬 유리합니다.
전환 시 주의점:
- 메디케어 프리미엄: 전환 금액이 Modified Adjusted Gross Income(MAGI, 수정 조정 총소득)을 높여 2년 후 메디케어 Part B와 D 프리미엄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 일시적 세금 부담: 전환한 해에 세금을 낼 현금이 필요합니다
-
5년 규칙: 전환 후 5년이 지나야 59.5세 이전에도 페널티 없이 인출
가능합니다
전략 2: Tax Bracket Management (세율 구간 관리)
매년 소득을 조절해서 낮은 세율 구간에 머물도록 합니다. 2024년 기준 부부 합산 신고 시:
- 10%: $0 - $22,000
- 12%: $22,001 - $89,075
- 22%: $89,076 - $190,750
예를 들어, 연간 생활비로 80,000달러가 필요하다면:
- 소셜 시큐리티: 30,000달러
- 과세 대상 계좌 (자본이득 낮음): 30,000달러
- Traditional IRA: 20,000달러
이렇게 조합하면 과세 소득이 22% 구간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습니다.
전략 3: Qualified Charitable Distributions (QCD, 자선 기부 인출)
70.5세 이상이라면 Traditional IRA에서 직접 자선단체에 기부할 수 있습니다(연간 최대 105,000달러). 이것은 RMD를 충족시키면서도 과세 소득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교회 헌금이나 한인 커뮤니티 단체에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한인들에게 매우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RMD로 20,000달러를 인출해야 하는데 그 중 10,000달러를
교회에 QCD로 보내면, 과세 소득은 10,000달러만 추가됩니다.
전략 4: Asset Location (자산 배치)
계좌 유형에 따라 어떤 투자를 보유할지 전략적으로 배치합니다:
- 과세 대상 계좌: 장기 보유 주식, 인덱스 펀드 (낮은 자본이득세)
- 세금 유예 계좌: 채권, 배당주 (높은 이자 소득)
- Roth 계좌: 고성장 주식 (모든 성장이 비과세)
이렇게 하면 같은 투자라도 세금 효율이 크게 달라집니다.
전략 5: 소셜 시큐리티 타이밍 조율
소셜 시큐리티를 받기 전에 Traditional IRA를 많이 인출하거나 Roth 전환을
합니다. 소셜 시큐리티가 시작되면 과세 소득이 증가하므로, 그 전에 낮은 세율로
처리하는 것입니다.
한인들이 자주 하는 실수
실수 1: "아껴 쓰면 되지" 마인드
Traditional IRA를 최대한 안
건드리고 아끼다가 75세에 RMD가 시작되면 엄청난 세금 폭탄을 맞습니다. 계좌
잔액이 크면 RMD도 커져서 높은 세율 구간으로 밀려납니다.
실수 2: Roth를 너무 일찍 사용
Roth IRA는 RMD가 없고
비과세 성장하므로 마지막 안전망으로 남겨둬야 합니다. 은퇴 초기에 Roth를 먼저
쓰고 Traditional만 남으면 나중에 세금 부담이 커집니다.
실수 3: 한 계좌만 고집
"401(k)에 돈이 제일 많으니까
여기서만 쓸래요"라는 접근은 비효율적입니다. 여러 계좌를 전략적으로 조합해서
인출해야 세금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실수 4: 메디케어 프리미엄 간과
큰 금액을 한 번에
인출하면 MAGI가 증가해 2년 후 메디케어 프리미엄이 크게 오릅니다.
Income-Related Monthly Adjustment Amount(IRMAA, 소득 연동 월 조정 금액)로 인해
월 수백 달러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실수 5: 세금 자문 없이 진행
복잡한 세법을 혼자
해석하다가 실수하면 수만 달러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Certified Public
Accountant(CPA, 공인 회계사)나 세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합니다.
실제 사례 분석
사례: 박선생님 부부 (남편 66세, 아내 64세)
- Traditional IRA: 800,000달러
- Roth IRA: 150,000달러
- 일반 증권 계좌: 250,000달러
- 연간 필요 생활비: 75,000달러
- 소셜 시큐리티: 남편 67세부터, 아내 70세부터
기존 계획 (비효율적) Traditional IRA에서만 인출 → 높은 세율, RMD 폭탄 예상
최적화 계획 66-67세 (소셜 시큐리티 전):
- 일반 계좌: 40,000달러 (자본이득 최소)
- Traditional IRA: 35,000달러 (12% 세율 유지)
- Roth 전환: 20,000달러 추가 (여전히 12% 구간)
67-70세 (남편 소셜 시큐리티 시작):
- 소셜 시큐리티: 30,000달러
- 일반 계좌: 25,000달러
- Traditional IRA: 20,000달러
- Roth 전환: 15,000달러
70세 이후 (부부 모두 소셜 시큐리티):
- 소셜 시큐리티: 55,000달러
- 일반 계좌/Traditional IRA 혼합: 20,000달러
- Roth는 비상시나 상속용으로 보존
이 전략으로 30년간 약 150,000달러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실천 가능한 액션 플랜
이번 달에 할 일
- 모든 은퇴 계좌 목록과 잔액 정리하기
- 작년 세금 보고서를 보고 현재 세율 구간 확인하기
-
올해 필요한 생활비 계산하기
올해 안에 할 일
- CPA나 CFP와 상담해서 5년 인출 계획 세우기
- Roth 전환이 유리한지 분석하기
-
RMD 시작 시기와 예상 금액 계산하기
장기 계획
- 75세까지 Traditional IRA 잔액을 목표 수준으로 줄이기
- 매년 세율 구간 관리하며 유연하게 조정하기
-
배우자 생존 시 세금 영향 고려하기
은퇴 자금 인출은 퍼즐과 같습니다. 모든 조각을 맞춰야 완벽한 그림이 나옵니다. 소셜 시큐리티, RMD, 세율 구간, 메디케어 프리미엄 등을 모두 고려한 통합 전략이 필요합니다. 30년간 힘들게 모은 돈, 세금으로 낭비하지 말고 현명하게 사용하세요!

